[칼럼] 마치다 젤비아, 올해는 정말 다를까
세계 어느 축구 리그에서나, 승강제가 있는 리그는 승격과 강등 싸움이 매우 치열하다. J2리그도 예외는 아닌데, 22팀 중 2팀만이 J1리그로 향하는 승격 티켓을 손에 쥘 수 있는데 이 승격 티켓을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구단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2021 시즌 J2리그 승강 규칙은 지난해와 같다. 상위 2팀이 다이렉트로 J1리그에 승격하고 승강 플레이오프는 열리지 않는다. 승격권에 위치하기 위해, 혹은 잔류를 위해 J2리그 모든 구단이 현재 겨울 이적시장에서 착실하게 전력 보강을 하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도 이적시장 내 J2리그 구단들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 언론의 관심을 받는 구단이 있는데, 바로 FC 마치다 젤비아이다. 위 사진의 구단 비전 중 하나인 2020년 J1리그 승격에 실패하며 일본 축구팬들의 조롱거리가 된 마치다 젤비아, 과연 겨울 이적시장에서 어떤 행보를 보였길래 일본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을까?
마치다 젤비아의 적극적인 이적시장 행보, 포포비치는 승격으로 보답할 수 있을까
일본 축구계는 2021 시즌 겨울 이적시장 내에서의 마치다 젤비아를 보강을 착실히 하고 있는 J2리그 구단 중 한 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2020 시즌 19위로 하위권에 머무른 마치다 젤비아는 2020 시즌 산프레체 히로시마에서 임대로 영입한 前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 센터백이었던 주전 미즈모토 히로키를 완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또 도쿄 베르디에서 주전으로 뛰던 다카하시 쇼헤이 영입도 성공했다. 35세 미즈모토 히로키, 36세 후카츠 고타가 주축이 되며 노쇠화의 우려가 있던 센터백 라인에 29세 젊은 피 다카하시가 가세한 것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가시마 앤틀러스에서 임대 이적한 오다 이츠키의 임대기간 만료로 공백이 된 우풀백 자리는 몬테디오 야마가타 미키 카이(27)로 메꿨다. 정교한 크로스가 강점인 카이는 오다 이츠키의 공백을 메꿔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미드필더에는 나고야 그램퍼스에서 뛴 이란계 일본인 하세가와 아리아 자스루를 영입했다. FC 도쿄에서 랑코 포포비치 감독과 인연을 맺었고 세레소 오사카, 레알 사라고사 등에서 뛰며 풍부한 경험을 쌓은 선수라는 평을 받는 하세가와가 포포비치의 마치다 젤비아의 핵심이 될 것이고 마치다 젤비아의 중원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공격진에선 가와사키 프론탈레, 쾰른, 수원 삼성 블루윙즈 등에서 뛴 정대세를 자유계약으로 영입하며 지난 시즌 하위권에 머물렀던 득점력을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란 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마치다 젤비아 승격의 열쇠, 하세가와 아리아 자스루와 정대세
J리그에서 뛸 때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하세가와가 소속된 3팀이 연속 J2리그로 강등당하며 (2014년 - 세레소 오사카 17위로 강등, 2016년 - 쇼난 벨마레 17위로 강등, 2017년 -오미야 아르디자 18위로 강등) 강등 전도사라는 웃지 못할 별명을 가지고 있었던 하세가와. 나고야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팀과 선수 모두 맹활약했다. 2019 시즌에는 나고야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리그에서만 30경기에 출전하며 나고야 중원의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변수는 적지 않은 나이와 2020년 1월 동계 훈련 도중 당한 오른쪽 정강이뼈 골절. 이 부상은 결국 시즌 내내 회복하지 못하며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부상의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이전에 보여준 폼을 회복할 진 미지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포비치는 하세가와에 거는 기대가 크다. 포포비치는 FC 도쿄 시절 하세가와를 수비형 미드필더, 윙, 세컨드 스트라이커에 기용하며 멀티플레이어 롤로 사용했고 하세가와 본인도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또 헌신적인 플레이와 상대방의 압박 상황에도 안정적인 연계 플레이로 수비 진영을 깨뜨리는 역할을 했다. FC 도쿄 시절 하세가와 카드로 재미를 봤던 포포비치가 마치다 젤비아에서도 재미를 볼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0년 시즌 중반 알비렉스 니가타에 임대로 이적한 정대세는 26경기 9골로 나쁘지 않은 기록을 올렸다. 그 해 10월 마치다 젤비아 전에서는 교체로 나왔음에도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한 방이 있는 결정력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두 자리수 득점을 노릴 수 있는 36세 스트라이커 정대세는 정신적인 지주로서도 팀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마치다 젤비아가 2020 시즌 기록한 득실은 41득점 52실점이다. 수비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급선무는 J2리그에서 4번째로 낮은 득점력 개선을 위한 공격력 강화. 이것이 2021 시즌 마치다 젤비아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다. 요코하마 F. 마리노스로부터 은다우 타라를 임대로, 반포레 고후에서 오타 슈스케를 영입했지만 2020 시즌 7골을 기록하며 선전한 안도 미즈키가 미토 홀리호크로 이적하며 공격진에 공백이 생긴 상황이다. 알렌 마쇼비치와 스테판 슈체포비치의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베테랑 정대세의 활약은 2021 시즌 마치다 젤비아의 흥망 여부를 좌우할 것이다.
고난의 연속이던 마치다 젤비아의 과거, 이를 딛고 오랜 숙원인 J1리그 승격을 이룰 수 있을까
1989년 FC 마치다 TOP이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마치다 젤비아는 도쿄도 사회인 1부리그에 활동하다 2008년에 회사를 설립하고 전국 리그에서 우승하며 JFL에 참가했고 이후 J2리그-JFL-J3리그를 거치며 J2리그에 재입성한 마치다는 승격 이후엔 2018 시즌을 제외하고 중하위권을 오가는 팀이다.
2019 시즌 사이버 에이전트가 마치다 젤비아 운영권을 획득하면서 J1리그 라이선스를 충족시키기 위해 경기장 증축과 빅클럽으로의 도약을 위해 투자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사이버 에이전트가 지원에 소극적이자 원성을 샀다.
게다가 갑자기 앰블럼 변경뿐만 아니라 팀명을 'FC 마치다 도쿄' 로, 마스코트는 마치다 시의 시조에서 따온 제르비 대신 마치다와 전혀 상관 없는 인간 모형으로 팬들과의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바꾼다는 계획을 발표한 후 팬들과 갈등을 일으키며 경기장 내외에서 홍역을 치뤄야 했다.
마치다 젤비아 팬들은 사이버 에이전트가 마치다 시의 정체성을 없애고 팀명에 '도쿄'를 넣을 생각만 하냐며 정신을 전혀 못 차린다고 비난했다. 다행히 예상보다 서포터의 반발이 심했는지 변경은 보류되었다. 여기에 구단 성적도 작년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강등까지 걱정해야 했으나 간신히 잔류에 성공한다.
2020 시즌도 별반 나아지지 않은 모습을 보인 마치다 젤비아. 이번 시즌 겨울 이적시장 행보만 놓고 보면 '올해는 다르다!' 라는 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축구와 야구, 농구, 배구 등 많은 구기스포츠 종목에서 올해는 다르다를 시전한 구단들의 결말은 그리 좋지 못했다. 과연 마치다는 정말 올해는 다르다는 걸 보여줄 지, 랑코 포포비치가 마치다 젤비아를 J1리그로 이끌 수 있을 지, 이를 지켜보면서 J2리그를 보면 상당히 흥미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