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축알못이라도 칼럼이 쓰고 싶어!] 감독님, 미안하지만 더 이상 못 믿겠습니다.

뚜따전 2021. 8. 2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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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3연패. 답이 없는 서울 이랜드는 이제 꼴찌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 OSEN
이게 무슨 소리야... 또 졌어!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견훤이 거듭되는 패전 소식에 한탄하며 외친 명대사입니다. 방영 당시에는 지금처럼 컬트적인 인기가 있는 편이 아니었으나 훗날 한화 이글스, 아스날 등 부진을 면치 못하는 팀이 나타날 때 인터넷에선 또 졌어 짤이나 영상을 첨부하며 놀리는 것을 시작으로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스포츠 팬 사이에선 하나의 밈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필자는 이 말이 2021 시즌 서울 이랜드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명대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서울 이랜드에겐 지는 게 숨 쉬는 것보다 쉬운 걸까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해법은 보이지 않고 끝이 없는 부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정정용 감독은 구단에 투자를 요청했고 서울 이랜드는 정정용 감독을 위해 코바야시 유키, 이재익, 김인성, 이규로 등 이름값 있는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여름에 그렇게 돈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K리그2 내 선수단 최소 연봉 1~2위에 위치한 충남아산과 부천에 연달아 패배를 기록하며 승격은커녕 망신만 제대로 당했습니다. 서울 이랜드가 선수단에 가장 많은 돈을 쓴 팀 중 하나로 평가받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부끄러운 결과일 뿐입니다.

8월 21일 기준 K리그2 순위표. 시즌 초 1위를 달리던 것과 대조적으로 이젠 꼴찌와 승점이 1점차일 정도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좋지 못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정정용 감독의 서울 이랜드. 여름 이적시장에서 적극적인 보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진이 장기화되며 언론에서도 좋지 않은 기사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정정용 감독은 언론의 흔들기라고 대응했지만 어쨌든 팀 분위기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이랜드 그룹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도한 지출을 하는 축구단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만약, 올해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모기업의 관심과 지원이 큰 폭으로 줄어들 확률이 높다. 정정용 감독 체제 이후 서울 이랜드가 걱정된다”라고 우려했다.


필자는 어느 기사에 적혀진 이 글을 보고 두려워졌습니다. 서울 이랜드에겐 이런 상황이 처음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바로 17년~19년 당시 서울 이랜드 상황과 비슷하죠. 또 이 시기 결과가 매우 참담했습니다. 이 때문에 필자가 두려워진 것입니다. 앞으로가 안 봐도 비디오니깐요. 2017년 이전, 그러니깐 창단 초기에 재임했던 감독이 있었으니, 바로 서울 이랜드의 초대 감독인 마틴 레니입니다.

정정용의 현 행보를 보면 그저 마틴 레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서울 이랜드의 창단 감독으로 부임한 마틴 레니의 서울 이랜드는 김영광, 김재성 등 네임벨류 있는 선수를 대거 영입하며 주변의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첫 해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수원 FC에 패배하며 승격에 실패하고 2년차인 2016년 수비 보강을 받았음에도 마틴 레니가 경질된 시기인 16라운드 기준 승점 19점으로 6위에 머무르며 승격과 조금씩 멀어졌고 결국 마틴 레니 감독은 2017년 3월까지였던 계약을 다 못 채우고 팀을 떠났습니다. 이후 서울 이랜드는 창단 전후 만큼의 지원을 보여주지 못 하고 여러 잡음을 일으키며 하위권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이제 다시 2021년으로 돌아와보죠. 정정용 감독은 역대 서울 이랜드 감독을 통틀어서 가장 많은 지원과 투자를 받아왔다는 이야기를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정용 감독 본인부터 받은 K리그 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많은 연봉을 받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기업의 재정이 좋은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정용 감독이 원하는 선수들 상당수를 영입하며 많은 돈을 투자했습니다. 특히 팬들에게 수비 불안의 주역으로 평가받는 이상민, 김현훈도 서울 이랜드에 영입하기 위해 각각 4억을 투자할 정도였고 김선민, 황태현, 김경민 등 K리그2 내에서 경쟁력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선수들을 상당수 영입하며 이랜드는 정정용 감독에게 적극적인 투자로 힘을 실어줬습니다.

서울 이랜드의 단점을 2개만 대 보라면, 그것은 공격과 수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점을 메꿀 득점을 할 수 있는 공격수의 부재와 틈만 나면 실수를 연발하는 수비진이 만들어낸 환장의 콜라보입니다. © 한국경제

하지만 현실은 그 마틴 레니보다도 못한 성적을 기록하며 꼴찌를 차지할 위기에 몰려있습니다. 개막 후 5경기 동안 12골을 기록하며 막강한 화력을 보여줬던 서울 이랜드는 이후 19경기 10골을 기록하며 빈공을 보였고 이에 따라 부진 또한 장기화가 되며 팀은 힘 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득점을 책임져야 할 선수들의 부진도 빈공 요인이겠지만, 선수들의 훈련과 전술에 대한 지휘권을 가지는 감독으로서 그저 여름 영입에만 의존하고자 했던 정정용 감독과 코칭스태프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지금의 수비진을 구축한 사람 또한 정정용 사단입니다. 대안이랍시고 이야기한 것이 여름 보강인 것을 생각해보면, 그저 서울 이랜드 팬들은 웃음도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에게 큰 그림은 있는 걸까요.

필자는 2020 시즌부터 2021 시즌 초까진 정정용 감독을 믿었습니다. 2019 시즌까지 2연속 꼴찌를 기록했던 팀을 승격 경쟁을 하는 팀으로 만들었고 시즌 초만 해도 엄청나게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U20 월드컵 준우승한 감독 정정용은 어디로 가고 아무 것도 하지 못 하고 그저 허울도 좋지 않은 이야기를 기자회견에서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정정용 감독이 서울 이랜드에 부임한 지 어느덧 2년이 되어갑니다. 이 시간동안 '정정용 감독이 현재까지 서울 이랜드에 어떤 비전을 제시했는가?' '정정용 감독이 남긴 유산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필자는 대답을 전혀 못 하겠습니다. 진지하게 긍정적인 부분을 이야기해보려 아무리 찾아봤지만 정말 모르겠습니다. 아주 샅샅이 뒤져서 그나마 하나 찾으면 서울더비 승리인데 이마저도 명분만 챙기고 실리를 잃었다는 얘기를 들었죠.

정정용 감독은 지난 시즌 본인의 철학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기본적인 축구 스타일은 빠르고, 역동적이어야 한다. 공수 전환과 템포가 빨라야 한다. 현대 축구의 트렌드다. 또한, 축구 팬들이 볼 때도 박진감 넘치고, 역동적이어야 한다. 공격 빈도가 낮더라도 다이내믹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 팀의 새로운 철학이다" 이야기하셨죠. 이 모습이 현 서울 이랜드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번 시즌 초에만 보여주고 이후에는 공격도, 수비도 되지 않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도 이 모습을 계속해서 되풀이할 뿐입니다. 정정용 감독이 보여주는 축구는 앞서 이야기한 내용과 전혀 다른 축구입니다.

기다릴 수 있다는 건 비록 지금 고난이 있더라도 향후 개선의 여지가 있고 희망이 있어야 기다릴 수 있는 법입니다. 그 기다림의 결실이 때론 돌파구가 되는 경우도 있고요. 그렇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께 필자가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정정용 감독에게 믿음과 기다림을 선택한 서울 이랜드가 옳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정정용 감독이 그 기다림에 조금이라도 보답을 했다고 보십니까? 그 기다림이 결실을 맺고 돌파구가 되어 지금 팀 순위에 반영됐다고 보십니까? 정정용 감독이 현 사태에 대해 '책임'을 실천하는 대신에 허울뿐인 '사죄와 남탓, 그리고 약속'만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개선하겠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구두로 약속을 하고 이를 실천하기엔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갈 뿐입니다.

서울 이랜드는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무책임으로 인해 지금쯤 승격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을 수 있습니다. 아니, 이미 놓쳤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제 정정용 감독도 유종의 미를 운운하는 것을 보면 모기업의 투자와 애정이 줄어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정용 감독이 거두고 있는 성적, 또 이에 따른 팬들의 반응 및 여론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지금 이 성적을 만든 것도 정정용 감독과 코칭스태프이고 부정적 여론을 만든 것 또한 정정용 사단입니다. 그렇다고 정정용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가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현 사태에 대해 대체 누가 책임을 져야 합니까. 책임지겠다고 말만 이야기하는 건 책임지는 것이 아닙니다. 팬들은 말뿐인 책임에 지칩니다. 서울 이랜드의 현재를 망치고 있고 미래를 망칠 정정용 감독을, 어떤 팬이 믿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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