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삼성스포츠와 방관하는 삼성. 삼성스포츠에 희망은 있는가?
'4대 프로스포츠 삼성스포츠 산하 전 구단 최하위'
충격적인 소식이다. 삼성스포츠 산하 4대 프로스포츠 구단 4개 전부 최하위를 기록했다. 삼성이 운영하는 스포츠 구단은 '1등을 표방하는 기업답게 스포츠도 1등'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그 명성은 이제 과거로 잊히고 있다. 지난 22일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가 키움삼 히어로즈에게 1-2로 패하면서 26승 39패 승률 4할로 기존 10위 팀 한화 이글스 승률 4할 3리보다 뒤처져 최하위로 주저앉았다. 이로써 삼성스포츠가 운영하는 4대 프로스포츠(축구, 야구, 농구, 배구)중 시즌이 끝난 서울 삼성 썬더스(남자농구)와 대전 삼성 블루팡스(남자배구), 시즌이 절반 정도 진행된 수원 삼성 블루윙즈(축구)와 삼성 라이온즈(야구)에서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여자농구)을 제외하고 모든 팀이 최하위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대한민국 스포츠에서 가장 시장이 크고 관심도가 큰 4대 프로스포츠 종목에서 삼성스포츠가 모두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1등주의를 추구하고 실제로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인 삼성. 그러나 정작 삼성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스포츠에서 꼴찌를 기록한다는 것은 1등주의를 추구하는 삼성과 어울리지 않는다.
2011년, 2012년, 2013년, 2014년 한국시리즈 우승과 2015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며 2010년대 초반 삼성 왕조로 군림하던 삼성 라이온즈는 2021년 반짝 3위를 한 것을 제외하면 2016년부터 언제나 하위권이었다. 지난 시즌은 창단 40년 이래 최대 치욕인 13연패를 기록했고 올해 새 감독을 선임했음에도 꼴찌까지 내려앉으며 출구 없는 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레알 수원'이라 불리며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아시아 무대까지 제패했던 수원 삼성 블루윙즈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 전북 현대, 울산 현대 현대가(家)가 K리그를 주도하고 있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이제 이승우를 앞세운 연고지 라이벌 수원 FC에 성적으로 밀리는 수준이 됐다. 수원 삼성이 쌓아온 명성과 역사를 생각하면 엄청난 치욕이다. 여기에 지난 시즌 오현규(셀틱)의 극장골로 간신히 K리그1에 잔류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최하위를 기록한 데다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K리그2 강등 위기에 처해있다. 만약 수원 삼성 강등이 현실이 된다면 일화 시절 왕조를 이뤘던 성남 FC, 부산 아이파크가 강등한 것보다 더 큰 충격이다.
남자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는 압도적인 꼴찌로 시즌을 마감했고 남자배구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 역시 1위를 석권하던 전성기를 지나 꼴찌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나마 여자농구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는 중위권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다.
과거 기업뿐만 아니라 스포츠에도 1등을 표방하며 적극적인 투자로 대한민국 스포츠를 호령했던 삼성스포츠. 그 덕에 언론과 여론으로부터 '오만하다', '독점한다', '돈성'이라는 여러 비난을 받았을 정도로 삼성이 한국 스포츠에서 차지한 비중은 매우 컸다. 하지만 화려한 과거를 뒤로 하고 삼성이 스포츠에 발을 빼고 지원과 관심을 줄이기 시작하며 몰락을 겪고 있다. 과연 삼성스포츠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삼성스포츠의 전성기와 쇠락을 함께 보자.
삼성스포츠를 이야기할 때 고(故) 이건희 회장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이건희 회장은 국내는 물론 세계 스포츠사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특히 비인기 종목 후원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아 비인기 종목 ‘키다리 아저씨’라는 별명이 있었다. 어린 시절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이건희 회장은 탁구, 테니스, 골프는 물론 동계스포츠인 스키에서도 수준급 실력을 갖췄다. 서울사대부고를 다녔을 당시 이건희 회장이 럭비에 심취했고 레슬링 선수로 전국대회에 출전한 유명한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이건희 회장이 특히 아꼈던 종목은 골프, 야구, 럭비로 이 세 가지 종목은 ‘삼성의 3대 스포츠’로 불렀다. 이건희 회장은 “심판이 없는 골프에서는 룰과 에티켓과 자율을, 기업 경영과 비슷한 야구에서는 스타플레이어와 캐처 정신을, 럭비에서는 투지와 추진력, 단결력을 배울 수 있다. 늘 최선을 다하고 정정당당하며 규칙과 에티켓을 존중하는 스포츠 정신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덕목이자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건희 회장의 스포츠 사랑은 끝을 몰랐다. 삼성스포츠를 만들어 인기 유무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스포츠단 운영에 들어가는 돈만 해도 연간 1000억 원에 달할 정도다. 이 시기 삼성 라이온즈는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외환위기로 휘청이는 다른 팀 주축 선수를 막강한 자금력으로 영입했다. 2002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기 전부터 현금 트레이드와 FA 시장에서 큰 손으로 군림했다.
수원 삼성도 한때 K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인 구단 운영비를 자랑했다. 2011년 수원이 기록한 기록한 408억 원은 라이벌 FC 서울(GS, 297억 원)과 전북 현대 모터스(현대자동차그룹, 254억 원), 울산 현대(현대중공업, 241억 원), 제주 유나이티드(SK, 209억 원)보다 2배 가까이 더 투자했다.
이건희 회장은 인프라에도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1985년 당시 상상하기 어려웠던 미국 전지훈련을 프로야구 최초로 성사시켰으며 최초의 2군 전용 훈련장 경산 볼파크도 건립했으며 국내 최초, 최대의 사설 스포츠 훈련소 겸 재활기관인 삼성 트레이닝 센터도 건립했다. 이건희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은 삼성은 일찌감치 선진 시스템을 구축했다. 덕분에 삼성스포츠는 빠른 시간에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했고 이는 곧 한국 스포츠 발전으로 이어졌다.
임원진들과 소통을 할 때에도 스포츠를 종종 이용했다. 이건희 회장은 계열사 별로 사장단과 스키 행사를 가지며 스킨십을 강화하고 차세대 개발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수시로 그룹 인사들을 초청해 스키를 타며 그룹 경영을 논의해 '스키 경영'이란 말이 생겼을 정도로 이건희 회장은 스포츠를 적극적으로 경영에 활용했다.
지난해 수원 삼성과 FC 안양의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가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 2층에는 이건희 회장의 얼굴이 그려진 걸개가 내걸렸다. 여기에는 '감사합니다 아버지(Thank you, father)'라는 글자 아래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Change everything except your missus and children).'라는 이건희 회장이 언급했던 문구가 영문으로 쓰여 있었다. 이 걸개에는 스포츠단에 적극적인 투자와 애정을 보였던 이건희 회장을 그리워하면서 이건희 회장이 언급한 문구를 현재 삼성이 본받아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는 팬들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삼성스포츠가 하향세를 기록하기 시작한 시점은 삼성스포츠 운영권을 제일기획으로 이관한 2014년이 기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비인기 종목 구단 일부를 해체한 것을 시작으로 처음에는 수원 삼성과 서울 삼성 썬더스가 제일기획 산하로 들어갔다. 이후 2015년 블루팡스, 2016년엔 삼성 라이온즈까지 차례로 제일기획에 들어왔다. 삼성은 이 시기부터 스포츠에 투자를 줄이기 시작한다.
사실 이재용 회장이 삼성 경영을 시작한 직후 이렇게 스포츠 투자에 소극적일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많이 없었을 것이다. 2010년대 초반 이재용 당시 부회장이 야구장을 직접 찾은 사진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고 야구단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런 이재용 회장이 삼성스포츠 운영을 제일기획으로 이관하고 과거와 달리 스포츠 투자를 소극적으로 하는 이유는 이재용 회장이 가진 프로 스포츠와 기업에 대한 실용주의 경영 지론 때문이었다. 일본과 미국에서 유학하며 해외의 프로 스포츠를 오랜 기간 지켜봤던 이재용 회장이 '스포츠가 과거엔 기업 홍보·사회 공헌 성격이 강했지만 앞으로는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처럼 수준 높은 마케팅과 팬 관리를 통해 스스로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라는 의중을 밝힌 바 있다. 모기업 지원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돈을 벌어 자금을 확보해 ‘프로다운’ 운영이 필요하다는 의도였다. 프로 구단이 제대로 된 마케팅을 통해 자생하기 위해 그룹 내 여러 계열사 중 마케팅 광고 회사인 제일기획이 삼성스포츠 관리를 맡은 이유다.
실제로 삼성은 오랜 기간 한 프리미어리그 첼시 FC 후원을 2014년 중단했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 역시 올림픽 파트너 계약을 제외하고 모두 발을 뺐다. 이미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삼성이란 브랜드를 탄탄하게 구축한 만큼 불필요하다 느껴진 마케팅 비용 지출을 절감해 효율적인 경영을 하려는 의도였다.
삼성스포츠 운영을 제일기획으로 이관한 지 어느덧 10년 가까이 지났다. 현재 삼성스포츠 상황을 놓고 보면 삼성스포츠 운영 제일기획 이관 전략은 대실패다.
당장 성적만 보더라도 제일기획 이관 이후 모든 구단이 신통치 못하다. 투자는 과거에 비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상당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주어진 자본을 잘 활용하는 것은 프런트의 능력에 달렸다. 하지만 삼성스포츠 팬들은 프런트가 주어진 자본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내린다. 기존에 있던 스타플레이어가 타 구단으로 가고 다른 구단에 자금력에 밀려 영입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일어났다. 과거 삼성을 생각하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여기에 이해할 수 없는 트레이드와 영입, 답이 보이지 않는 비전으로 프런트 운영은 팬들에게 실망을 끼치고 있다.
특히 삼성스포츠는 팀 레전드나 스타플레이어 출신을 감독으로 선임하는 경우를 자주 보여줬다. 쓴 맛을 많이 보며 좋지 못한 결말을 맞이한 것을 생각하면 비극일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시로 수원 삼성은 수원 출신을 감독으로 선임하는 '리얼블루' 기조를 윤성효부터 시작해 이병근까지 이어왔다. 나름 구단 출신 레전드를 감독으로 선임해 수원만이 가지고 있는 전통과 문화를 이어간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시기 수원은 FA컵 우승 3회 외에 별다른 성과가 없다. 오히려 성적은 더 나빠지고 있다. 또 팬들은 감독 교체를 프런트가 성적 부진의 책임을 감독에만 물어 방패막이로 삼고 있단 시각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구단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는 프런트가 오직 다루기 쉬운 감독을 선호하며 자신들의 무능을 덮으려 한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이는 비단 축구뿐만 아니라 야구와 남자농구도 비판받는 점이다.
프로스포츠는 갈수록 ‘쩐(錢)의 전쟁’으로 변하고 있다. 해외축구만 보더라도 이적료가 우리 돈으로 1000억 원은 기본으로 넘는 선수들이 속출하고 있다. 물론 이는 과거와 비교해 물가가 상승했고 부유한 구단주들이 구단을 인수하며 천문학적인 금액을 써서 선수 이적료가 상승한 것과 같은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도 좋은 선수를 영입해서 성과를 내면 관중이 많아지고 이것이 곧 수입으로 이어지는 공식은 변하지 않는다. 이러니 구단들이 좋은 선수 영입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삼성스포츠는 복합적 요인들로 인해 스타플레이어들을 잡지 못하고 있다. 성적도 떨어지고 선수 육성과 마케팅도 신통치 않으니 관중 수까지 줄어들고 있다. 제일기획으로 이관할 당시 세웠던 마케팅을 활용한 자생과 육성을 통한 선수 발굴이라는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내고 있다. 이러니 자생 또한 될 리가 없다.
그렇다면 자생에 실패한 삼성스포츠가 참고할 만한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SSG 랜더스다. 이재용 회장 사촌으로 범 삼성가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평소 야구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구에 대한 정용진 부회장의 개인적 관심 때문인지 신세계그룹 차원에서도 2010년대부터 기존 프로야구단의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2021년 1,352억 원에 SK 와이번스를 인수하고 SSG 랜더스를 창단하며 야구단 구단주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정용진 부회장은 SSG 랜더스에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우선 메이저리거 추신수 영입을 시작으로 선수단을 위한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SSG 랜더스필드에 방문해 경기를 관전하며 정용진 부회장 개인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SSG 랜더스 관련 게시물을 올리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창단 2년 차인 2022년 KBO리그 정규시즌 통합 우승과 사상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을 달성하는 겹경사를 맞이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기념으로 신세계 계열사 차원에서 세일 행사를 진행했는데 워낙 많은 인파가 몰린 탓에 일부 이마트 점포에서는 안전사고를 우려해 영업을 잠시 중단하는 해프닝까지 발생했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이처럼 신세계그룹은 신세계 주력 종목인 유통과 야구를 적극적으로 접목시켰다. 특히 SSG 랜더스를 통해 신세계그룹 계열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SSG 랜더스필드에 스타벅스, 노브랜드 버거, 이마트24 등 신세계 계열 브랜드 매장을 한 데 모았다. 이는 신세계 계열 브랜드 매출 증대 및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기존에 짓고 있던 청라 스타필드와 함께 돔 경기장을 추가로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형 쇼핑몰과 호텔, 백화점과 실내 테마파크를 결합시켜 당시 정용진 부회장은 2세대 스타필드가 스타필드 청라부터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2세대 스타필드에서는 하남을 뛰어넘는 새로운 개념의 테마파크를 구현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2021년 1월 신세계그룹이 SK 와이번스를 인수하면서부터 스타필드 청라를 결합한 청라 돔 경기장 계획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정용진 부회장은 같은 해 3월 30일 SSG 랜더스 창단식을 마친 뒤 음성형 SNS인 클럽하우스를 통해 청라 돔 경기장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언급했다.
이후 2021년 10월 정용진 구단주가 최신 개폐식 돔구장인 텍사스 레인저스 홈 경기장 글로브 라이프 필드를 비롯해 유통 시설과 야구장을 결합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트루이스트 파크를 잇달아 방문했고 2023년 6월 16일 인천시청 대접견실에서 '스타필드 청라 비전 선포식'을 개최해 스타필드 청라와 돔구장의 내·외부 조감도 및 시설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지난 2013년 '유통업계의 경쟁 상대가 야구장이나 테마파크가 될 것'이라 이야기했던 것을 생각하면 야구와 유통이 결합해 청라 돔 경기장을 건설하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다.
만약 예정대로 완공한다면 스타필드 청라와 돔 경기장을 결합하는 사업을 통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의도대로 쇼핑몰이 단순히 쇼핑만 하는 곳이 아닌 쇼핑, 레저, 숙박을 결합한 복합 시설로 스타필드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시 역시 대한민국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을 보유하면서 멀지 않은 곳에 K팝 공연 등 대형 이벤트 유치가 가능한 대형 문화공연시설을 얻을 수 있다. 여태까지 콘서트 같은 대형 이벤트는 주로 서울특별시에서 열렸고 인천광역시는 그저 입국할 때 잠깐 있고 지나가는 지역에 불과했는데, 청라 돔 야구장이 공연장 역할까지 할 수 있기에 인천시가 더 이상 지나가는 지역이 아닌 해외 관광객들이 머무르며 직접 소비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며 인천시에 있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이처럼 SSG 랜더스는 지자체와 협력해 주력 분야와 스포츠를 결합한 경영을 선보이며 스포츠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적극적인 SNS 활동을 바탕으로 SSG 랜더스 관련 게시물을 올리며 랜더스를 야구를 잘 안 보는 다른 사람에게 노출을 시키고 지속적으로 랜더스에 애정을 쏟는 모습을 보인 정용진 부회장은 '용진이형'이라는 친근한 별명을 얻으며 개인과 그룹 이미지 상승효과를 톡톡히 봤다. SSG를 보고 있으면 제일기획의 마케팅과 삼성스포츠가 처한 현실이 더 초라해 보인다. SSG의 사례는 분명 스포츠와 주력 사업을 접목시켜 이익을 얻고 싶어 하는 기업이 참고할 만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생각한다.
삼성스포츠를 이대로 방치하는 건 그룹에도 악재다. '1등주의를 표방하는 스포츠단'이라는 기업과 삼성스포츠 이미지가 '이제 삼성은 1등주의가 없어졌구나'라는 기업 이미지로 대중이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적이 곧 모기업 이미지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1993년 이건희 회장은 미국의 대표적인 전자제품 양판점인 베스트바이를 돌아보다가 진열대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삼성 TV를 보고 이건희 회장은 충격을 받았고 사내 방송국이 제작한 영상에서 세탁기 생산 라인에서 촬영한 영상에는 세탁기 뚜껑이 본체와 맞지 않자 한 직원이 아무렇지 않게 칼로 뚜껑 테두리를 잘라내 조립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던 것을 보고 격노했다. 보다 못한 이건희 회장은 그해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는 명언과 함께 신경영을 선언했다. 삼성과 삼성스포츠 원칙으로 자리 잡은 1등주의 원칙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삼성스포츠가 영광스러운 과거를 뒤로 하고 몰락한 지금, 공교롭게도 삼성이 과거에 가졌던 '1등주의 원칙' 역시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삼성이 삼성스포츠 운영권을 제일기획으로 이관하며 강조했던 말이 있다. 바로 '마케팅을 통한 자생'이다. 하지만 삼성이 간과한 것이 한 가지 있다. 결국 마케팅을 통한 자생에서 기본은 '성적'이다. 그리고 그 성적을 위해 기본으로 갖춰야 할 요소는 프런트의 정상적인 운영이다. 현재 삼성스포츠 구단 팬들이 가지고 있는 불만은 삼성이 지원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상식 밖의 운영과 방치에 가까운 삼성의 관심과 관리로 성적 부진이 오래 이어지자 팬들이 분노한 것이다. 오죽하면 삼성 라이온즈, 수원 삼성, 서울 삼성 썬더스 팬들이 합심해서 트럭 시위를 계획하고 있겠는가? 성적도, 마케팅도, 운영도 모두 제대로 하지 못 하는 현 상황에서 어느 팬이 희망을 가지고 응원할 수 있는가. 합동 트럭 시위 계획은 삼성스포츠와 삼성에 실망한 팬들의 분노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대대적인 투자를 하든,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이건희 회장의 명언을 실천해 대대적인 개혁을 하든, 아니면 매각을 하든 삼성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