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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공은 둥글었고, 나는 틀렸다. (서울 이랜드 Vs 부산 리뷰)

by 뚜따전 2021.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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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예상 못한 결과였다. 서울 이랜드는 창단 이후 처음으로 개막전 승리를 가져갔다. (출처=서울 이랜드 공식 SNS)

 

 

공은 둥글었고, 나는 틀렸다.

 

이변이었다. 2-1 패배를 예상했던 나의 예상이 보기 좋게 깨졌다.(물론 기분은 좋았다. 서울 이랜드가 이겼으니깐.) 승강 플레이오프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한 팀 중 하나인 부산 아이파크가 홈 개막전에서 서울 이랜드에 3-0으로 무참히 졌다. 열세로 점쳐지며 어려운 경기를 펼칠 것이라 예상하던 서울 이랜드는 이적생 김정환과 지난 시즌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이상민과 장윤호가 지난 시즌의 부진을 속죄하기라도 하듯 골을 넣으며 창단 첫 단독 1위 등극과 개막전 승리라는 겹경사를 얻은 반면 벤투의 사단으로 활약하던 히카르두 페레즈 감독을 선임하며 강등 첫 시즌 야심 차게 승격을 향해 조준한 부산 아이파크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게 됐다.

 

부산 팬들이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경기장을 빠져나갈 정도로 부산을 무자비하게 무찌른 서울 이랜드. 대체 서울 이랜드를 어떻게 부산을 잡았고, 부산은 어떻게 서울 이랜드에게 일격을 맞았을까.

 

서울 이랜드는 장점을 잘 활용했고, 부산은 서울 이랜드의 장점에 대비하지 못했다.

필자는 경기 전 부산전 경기 예측을 2-1 패배로 예상했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서울 이랜드의 이상민에 대해 불신했었고 지난 시즌 서울 이랜드가 안될 때 더럽게 안 풀리는 경기력을 보여줬던 것을 알고 있었다. 반면 부산 아이파크의 선수층은 서울 이랜드보다 좋았고, 무엇보다도 지난 시즌 저승사자와도 같았던 안병준이 부산에 있었기 때문에 서울 이랜드가 부산을 이길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이 날 경기에서 홈팀 페레즈의 부산은 2000년생 박정인을 최전방에 두고 성호영-김진규-정훈성을 2선에 배치했고 백 4 라인은 박민규-발렌티노스-박호영-이상준으로 구성했다. 원정팀 서울 이랜드는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최전방에 이건희가 자리했고 좌우에 레안드로와 김민균이 나섰다. 중원에는 장윤호와 김선민이, 박성우와 황태현이 각각 왼쪽과 오른쪽 윙백으로 나왔다. 백 3에선 이인재-이상민-김진환이 나왔다. 김경민이 서울 이랜드의 최후방에서 골키퍼 장갑을 꼈다.

 

페레즈 감독은 지난 동계훈련 기간 동안 자신의 비전을 언론에 공개했다. 수비뿐만 아니라 전 포지션에서 압박을 통해 상대의 볼을 탈취한 후 공격에 활용할 계획이며 다양한 방법과 다양한 패턴을 선보여 유연성을 가지며 전방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을 화두로 내걸며 공격 지향적인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페레즈의 부산은 서울 이랜드 전 선발 명단에서 필드 플레이어 U22 선수를 무려 4명이나 기용했고(박정인 2000년생, 이상준 성호영 박호영은 1999년생) 전반전 페레즈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공격 축구를 어느 정도 보여줬다. 라인을 끌어올려 젊은 공격수의 기동력을 앞세워 빠른 스피드와 수비 전환을 선보였다. 또 우측면에 자리한 정훈성을 활용한 측면 공격, 그리고 공격형 미드필더 김진규를 중심으로 한 날카로운 패스 플레이가 특히 돋보였다. 부산의 빠른 전개에 서울 이랜드는 고전을 면치 못했고 실제로 실점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부산 앞에 찾아온 몇 차례 득점 기회에서 마무리를 짓지 못했고 결국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한 채 0-0으로 전반을 끝내야 했다. 그리고 이것은 부산 입장에선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되었다.

 

서울 이랜드는 전반전 페레즈 감독의 탐색전을 벌이며 페레즈의 전술을 파악했고, 후반전 정정용 감독은 페레즈 감독의 전술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우선 중원에서 장윤호와 김선민을 중심으로 라인을 끌어올려 공수 간격을 좁히고 전방 압박을 증가시켜 부산의 패스 미스를 유도하며 공격을 적극적으로 차단했다. 볼 소유권을 가져오면 에이스 레안드로가 역습을 펼치며 부산의 수비를 여러 차례 위협했다.

 

결국 후반 12분 부산 수비를 계속해서 공략한 서울 이랜드는 레안드로의 패스를 받은 장윤호가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8분 뒤엔 세트피스 상황에서 흐른 공을 황태현이 오른발로 크로스를 올렸고, 센터백 이상민이 어려운 각도에서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서울 이랜드에 의외의 일격을 맞은 부산은 골을 넣기 위해 이상헌, 안병준, 드로젝 등 교체 명단에 포함된 공격수를 총출동시켰으나 전반보다 기동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후반 42분 서울 이랜드가 다시 역습 기회에서 레안드로의 킬패스를 받은 김정환이 감각적인 오른발 아웃사이드 슛으로 골을 넣으며 쐐기를 박았다.

 

 

서울 이랜드 VS 부산 아이파크 팀 스탯. (출처=K리그 데이터 포털)

 

 

축구 분석 플랫폼 ‘비프로일레븐’에서 제공하는 K리그 데이터 포털에서 부산은 볼 점유율(57.3%)과 패스 숫자(421회) 모두 서울 이랜드(42.7% · 341회) 보다 우세했고 슈팅 숫자도 11-9로 근소하지만 앞섰다. 하지만 유효 슈팅은 오히려 3개로 서울 이랜드(5개) 보다 적었다. 반면 서울 이랜드는 후반 상대 패스 실수를 유도하면서 인터셉트 24회를 기록했고, 볼 차단 53회로 볼 차단 47회를 기록한 부산 아이파크보다 우위를 보였고, 유효 슈팅 5개 중 3개를 득점으로 연결하며 효율적인 축구를 펼쳤던 반면 부산 아이파크는 공격적이었고 활동적이었지만 이와 비교하면 효과적인 공격을 보여주진 못했다.

 

무엇보다 페레즈의 문제점은 상대 대응에서는 낙제점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서울 이랜드의 정정용 감독은 초반 탐색전을 하며 상대팀의 전술을 파악하고 역습을 펼치며 골을 넣는 것을 주로 하는 팀이다. 페레즈 감독 또한 서울 이랜드의 역습의 위력을 알았고 실제로도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도 서울 이랜드의 역습을 경계했었다. 하지만 페레즈 감독은 이를 알고도 적절한 대응을 내지 못하고 그대로 팀의 패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서울 이랜드가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

1. 중원을 완전히 장악한 장윤호 & 김선민

장윤호와 김선민은 완전히 중원에서 미쳐 날뛰었다. 이들을 막을 수 있는 부산 선수들은 아무도 없었다. 우선 장윤호는 자신의 장점인 활동량에 동계 훈련 동안 킥력이란 장점을 더하며 프리킥 상황에서도 위력적인 킥력을 보여줬다. 킥력이 좋아지면서 슈팅에 자신감이 생겼는지 전반전 유효 슈팅을 하나 기록하며 예사롭지 않기 시작하더니 부산 수비진이 주춤하는 사이 과감하게 중거리 슛을 시도했고 이 슛이 골로 연결되며 팀의 대승의 기점이 되었다. 비록 안준수의 실수가 있었다곤 했지만 지난해 장윤호였다면 상상도 하지 못할 슈팅 상황에서의 과감함이 돋보이는 모습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또한 김선민은 왜 자신이 1부 리그 주전 미드필더였는 지를 잘 보여주었다.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결코 굴하지 않는 투지 넘치는 모습과 종횡무진하는 활발한 활동량, 공격 전개, 공격 방향 전환, 적극성, 90분 내내 지치지 않는 강철 체력으로 공수 양면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경기에서 김선민은 중원에서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015 시즌 서울 이랜드의 창단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은 이후 생각보다 별로였다고 인터뷰하며 서울 이랜드 팬들에 비수를 꽂았던 김선민은 이제 서울 이랜드를 위해 헌신하며 서울 이랜드 팬들 마음속의 별로 되어가고 있다.

2. 최고의 활약을 해 준 양 윙 레안드로 & 김정환, 예상외로 제 역할을 다 한 베네가스

레안드로는 말 그대로 축신이었다. 패스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역습 상황에서 엄청나게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장윤호와 김정환의 골을 어시스트를 하며 2도움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했다. 김민균과 교체로 해서 경기장에 들어온 김정환은 피지컬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빠른 스피드로 부산의 측면을 공략하는 데 성공하고 후반 42분 부산 수비의 태클을 가볍게 제친 후 안준수 골키퍼와의 1:1 상황에서 침착하고 감각적인 오른발 아웃프런트 킥을 성공시키며 데뷔전 데뷔골을 기록했다. 김정환 본인의 강점인 스피드를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정정용 감독은 전반 옐로카드를 받은 이후 아쉬운 플레이를 보여줬던 이건희를 빼고 'El Tanque' 베네가스를 교체로 출전시킨다. 교체로 출전한 베네가스는 시즌 전 골 수보다 카드 숫자가 더욱 많다며 서울 이랜드 팬들이 베네가스의 활약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우려를 표했지만 우려와는 달리 매우 적극적이고 제공권에도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며 경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주었다. 특히 피지컬을 이용해 부산 수비를 향해 달려드는 모습은 분명 부산에 부담이 되었다. 베네가스의 활약 덕분에 서울 이랜드의 공격은 활기를 되찾았고 3골을 넣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베네가스는 아쉽게도 슈팅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그가 보여준 능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3. 클린시트를 기록한 서울 이랜드 센터백 & 골키퍼 김경민

수비진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초 센터백은 시즌 전 서울 이랜드의 불안 요소로 지적되기도 한 부분이다. 지난 시즌 이상민이 보여준 수비력은 절망적이었고 그나마 제 역할을 다 한 김태현이 원 소속팀인 울산 현대로 임대 복귀하며 가뜩이나 좋지 않은 수비진이 더 안 좋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이상민은 부산전 그동안의 비난을 잠재우듯 몸 상태가 100%는 아니었음에도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골까지 넣었고 김태현의 빈자리를 안산 그리너스 수비의 핵으로 맹활약했던 이인재로 채웠다. 왼발잡이 센터백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인재는 전반 부산의 공세에 고전하며 실점 위기를 맞을 때 부산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며 팀의 무실점을 유지하는 데 헉헉한 공을 세운다.

김경민 골키퍼도 K4리그 포천시민축구단에서 전역하며 오랜만에 K리그에 복귀한 경기였음에도 당초 FA로 팀을 떠난(김천 상무 입대.) 강정묵의 대체자로 영입됐다. 김형근의 복귀가 여전히 미지수인 현 상황에서 김경민의 활약이 절실했다. 김경민은 김형근에게 '너 와도 내가 주전이다'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친정팀인 부산전에서 괜찮은 킥 능력과 결정적인 슈퍼 세이브뿐만 아니라 팀 동료들에게도 말도 많이 하며 선수들을 이끌어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직 첫 경기이기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만, 확실히 부산전 수비진의 활약도는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전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는 경기력이었다.

4. 페레즈 부산 감독과의 전술 대결에서 완승한 정정용 감독

정정용 감독이 동계훈련 기간 동안 계속해서 강조했던 것이 있었다. 바로 템포. 지난 시즌 정정용 감독이 보인 수비 조직력 다지기, 빠른 역습을 플랜 A로 주로 사용했다. 기존의 플랜 A는 수비 조직력이 좋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 장점은 있었지만 상대도 수비적으로 나오면 문제가 발생했고, 후반기로 갈수록 이 문제는 더더욱 잘 드러났다. 여기에 수비 안정화에 집중하다 보니 득점력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결국 이 문제는 다득점 룰에 발목을 잡혔고 결국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그래서 정정용 감독은 기존의 실리축구에 빠른 전환과 빠른 템포를 주문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이는 공수 양면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김선민과 김선민의 가세로 부담이 줄어듦과 동시에 본인의 명확한 롤을 부여받으며 좋은 모습을 보여준 장윤호, 레안드로와 함께 역습 시 양 윙에서 맹활약할 수 있는 김정환의 가세, 백 3에서 나쁘지 않은 조합을 보여준 이상민-이인재 조합, 여기에 에이스 레안드로의 건재함은 정정용 감독이 추구하려던 축구를 구현하는 데 성공한다. 끊임없는 역습과 환상적인 공수 밸런스 또한 빠질 수 없었다.

 

후반전에 완전히 서울 이랜드에 끌려다니며 임기응변에 실패한 페레즈와 달리 정정용 감독은 후반전 페레즈의 전술을 공략하기 위해 김민균과 이건희를 빼고 김정환과 베네가스를 투입했고 이 교체는 적중했다. 또한 전반에 위협적인 패스를 보여준 김진규를 맨투맨 수비로 제어했고 김선민과 장윤호를 이용해 라인을 올리며 부산의 실수를 유도하면서 서울 이랜드의 장점인 역습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정정용 감독은 이 과정에서 김진규를 포함해 부산의 미드필더 3명 모두 잘 막아낼 수 있었다며 서울 이랜드 선수들을 칭찬하기도 했다.

 

K리그2 데뷔전부터 매운맛을 제대로 본 페레즈 감독. 경기 후 페레즈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패인은 그저 상대 역습이 잘 들어맞았고 수비 전환 시 우리가 대처하지 못한 게 컸다. 졌지만 우리는 이런 축구를 계속 시도할 것이다."

 

반면 서울 이랜드의 정정용 감독은 기분 좋게 기자회견장에 들어오며 이렇게 말했다.

“상대가 압박에 타이트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전반에는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우리도 압박하려 했으나 선수들이 긴장된 것 같았다. 박종우, 발렌티노스에서 나오는 볼만 막으면 승기를 잡을 것이라 생각했다. 포백 쓰는 팀의 특징을 잘 활용하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전반에 우리가 부족했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각인시켰다.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도록 강조했다.”

 

지략 싸움에서 완승을 거둔 정정용 감독은 3-0 대승을 기록하며 서울 이랜드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최고의 한 주를 선물해주었다. 부산전을 이긴 서울 이랜드의 다음 상대는 이번 시즌 K리그2 절대 1강, 김천 상무다. 하지만 약체였던 안산 그리너스가 의외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승점 1점을 땄고 승점 3점까지 딸 수 있었을 정도로 선전했던 안산 그리너스였던 만큼, 서울 이랜드도 불가능하지 않다. 부산전에서 얻은 자신감을 가지고 홈 개막전을 치르는 서울 이랜드. 과연 김천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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