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0일, 몽골의 2부리그 격인 몽골 퍼스트 디비전 허브드 웨스턴과 알다린 다이치드와 경기가 열렸습니다. 허브드 웨스턴은 7위, 알다린 다이치드는 0승 2무 5패를 기록하며 10개 팀 중 꼴지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기 시작과 함께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허브드 웨스턴과 알다린 다이치드 양 팀이 경기 시작과 함께 서로 막지도 않고 한 골씩 무방비 상태에서 골을 넣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심지어 골 직후 서로 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필자도 이 경기를 봤습니다만 경기 시작과 함께 이런 일이 갑작스레 일어나 굉장히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이 일어난 이유와 사연을 알고 나서, 저는 굉장히 숙연해졌습니다. 이 경기에서 어떤 사연이 있는 지, 지금부터 들려드리겠습니다.
8년 간 팀을 위해 헌신하던 묀크바틴 간바트, 꽃다운 나이에 안타깝게 떠나다
지난 주말, 알다린 다이치드 소속 선수 묀크바틴 간바트(Mönkhbatyn Ganbat)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알다린 다이치드의 주장을 역임하던 묀크바틴 선수의 갑작스런 사망에 알다린 다이치드는 큰 충격에 빠졌고 몽골 축구 협회는 SNS에 묀크바틴을 추모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우리의 절친한 친구이자 축구선수인 알다린 다이치드 주장 묀크바틴 선수가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우리는 8년 동안 알다린 다이차드를 위해 뛰었던 묀크바틴 선수의 노고와 리더십, 친근함과 팀워크를 잊지 않고 항상 기억할 것입니다.
모든 몽골 축구 선수, 코칭스태프, 팬들을 대표하여 묀크바틴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몽골 모든 리그에서는 일주일 후 경기 전 묀크바틴을 위해 묵념을 할 예정이며 묀크바틴 선수의 가족이 가지고 있는 슬픔을 몽골 축구계가 함께 나누고 경의를 표할 예정입니다.
하늘에서 편히 쉬세요. 묀크바틴.
- 몽골 축구 협회 공식 SNS 성명서
묀크바틴을 갑작스레 떠나보낸 몽골 축구계와 팬들은 크나큰 상심에 빠졌습니다. 무엇보다도 묀크바틴과 동거동락하며 지내온 알다린 다이치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그 상심이 더욱 컸습니다.
묀크바틴에게 바치는 첫 승
이들이 묀크바틴을 위해 바칠 수 있는 것은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알다린 다이치드가 승리를 따내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알다린 다이치드는 몽골 퍼스트 디비전에서 무승을 기록했고 2경기 전 10-1로 크게 패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며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알다린 다이치드는 중위권에 위치한 허브드 웨스턴을 만납니다. 경기 전 양 팀 선수들이 묵념하며 묀크바틴을 애도했고 전반 시작과 함께 묀크바틴을 기리는 의미로 서로 한 골씩 주고 받은 이후 1-1로 팽팽한 동점을 이어가던 양 팀은 전반 종료 직전 알다린 다이치드의 중거리슛이 허브드 웨스턴 수비 몸에 굴절되어 2-1 역전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후반 허브드에 동점을 내주었고 이대로 경기가 흘러가며 이대로 끝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알다린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알다린 다이치드 선수들이 보여준 것은 바로 간절함이었습니다. 하늘에서 지켜볼 지도 모르는 동료 묀크바틴 선수에게 팀의 이번 시즌 첫 승을 바치려고 말입니다. 역전골을 위해 최선을 다해 몸을 던지며 투지 넘치는 모습으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결국 이 간절함이 하늘에 통했던 걸까요? 알다린 다이치드가 후반 막판 3-2로 역전에 성공하고 추가시간 쐐기골까지 넣으면서 4-2로 알다린 다이치드가 이겼습니다. 이번 시즌 첫 승을 기록하는 감격을 누렸습니다.
축구에서 감동을 주는 요인은 참 다양합니다. 다윗과 골리앗처럼 약한 팀이 열세를 딛고 승리를 거두거나, 열악한 팀 상황에서도 선전을 보여주거나, 4골 차를 뒤집거나... 감동을 주는 요인은 참 많습니다. 하지만 오늘 알다린 다이치드와 허브드 웨스턴이 보여준 존중과 투지,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슬픈 사연은 몽골 축구를 모르는 분들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묀크바틴 선수의 명복을 빌며 부족한 이 글을 바칩니다. 묀크바틴 선수가 하늘에서 편히 쉬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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