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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디펜딩 챔피언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의 갑작스럽지만 이유있는 부진

by 뚜따전 2020.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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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노스가 작년과 완전히 다른 팀이 되었다. 아주 부정적인 의미로.


2019 시즌 J리그 챔피언 요코하마 마리노스는 공수 모두 압도적으로 좋은 활약을 선보여 최강팀의 면모를 아주 잘 보여줬다. 올해 2월 AFC 챔피언스 리그 전북 현대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J리그 챔피언 마리노스의 건재함을 알리는 듯 했다.

비록 마리노스는 개막전 감바 오사카 전에서 졌지만 재개 후 우라와 전 무승부, 쇼난 전에서 승리하며 작년에 보여줬던 마리노스의 모습을 곧 다시 보여주리라 믿었다.

하지만 저번 시즌 우승 경쟁을 했던 FC 도쿄에 1-3 패배를 기록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심지어 2020년 아챔, 리그 포함 전패를 기록하던 가시마 앤틀러스에 4-2 충격적인 패배를 기록하며 첫 승까지 헌납해주는 굴욕을 당했고, 겨우 요코하마 FC에 승리를 거뒀더니 콘사도레 삿포로 전에선 3-1 패배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4경기 12실점을 기록하며 헐거워진 수비, 승리보다 패배가 많아지는 마리노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까지 된 걸까?

답이 없어진 수비. 상대팀도 마리노스의 수비 파훼법을 다 알고 있다.


2019 시즌 요코하마 마리노스는 한 시즌 내내 38실점을 기록했을 정도로 J리그 내에서 수비가 견고하단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20 시즌은 너무나도 다르다. 7경기 14실점으로 7경기만 했을 뿐인데 벌써 작년 실점의 1/3을 넘긴 셈이다.

마리노스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로 3라운드 쇼난 벨마레 전에서 보여준 첫 번째 실점 전후 상황을 보자.


마리노스 수비진이 수비라인을 올려서 전진 압박으로 상대방에 대응하려 하면 쇼난은 반대쪽 사이드로 로빙 패스를 이용해 공격 전환 작업을 했다.


마리노스 수비진은 반대쪽에 있던 야마다 나오키가 받은 공에 집중했고 나카가와 히로토가 침투하는 것을 못 알아차렸다. 나카가와 히로토가 침투하는 것을 뒤에 있던 하타나카 신노스케와 타카노 료가 알아챘지만 히로토를 막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결국 야마다 나오키의 크로스를 받은 나카가와 히로토가 노마크에 골키퍼와 1대1 찬스란 좋은 기회를 잘 살려 가볍게 오른발로 마리노스의 골망을 가른다. 쇼난은 3번의 볼터치 만으로도 슛 상황까지 몰고 왔고 마리노스의 수비진을 뚫는 데 성공한다. 이 날 경기는 마리노스가 3-2로 이겼지만 수비 불안이라는 숙제를 남겼고 이런 방식으로 실점하는 모습이 다른 경기에서도 계속 보여지고 있다.

가시마 앤틀러스 자구 감독은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마리노스의 약점은 눈에 띄는 약점은 수비라인이 매우 높아 후방에 빈 공간이 넓다는 것이다. 이를 알았으니 필연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노려야 한다. 우리 팀은 마리노스 전을 대비해 이를 훈련하며 설명도 했고 영상도 보여줬다. 훈련에서 준비한 것을 제대로 경기에서 보여준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 라고 말했다.

이 정도로 J리그 팀들은 마리노스의 파훼법을 파악했고 마리노스 수비 라인의 뒤를 노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가시마와의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타난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우리 팀에서 나오는 잦은 실수 때문에 실점한 것이 패인이라고 생각한다. 잦은 실수로 실점하는 부분을 줄여나가야 한다." 고 거듭 강조했을 정도다. 계속되는 수비 미스를 개선해야 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스탯이 마리노스의 부진 이유를 말해준다


왜 이렇게 수비가 개선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걸까? 오기하라 타카히로는 "볼 소유권을 빼앗기면 상대팀이 바로 역습으로 공격을 전개하거나, 수비라인 뒤가 뚫리며 한 방에 무너지는 상황이 늘고 있다. 볼 소유권을 쉽게 잃으면 어느 팀이든 위기가 온다. 3선까지 확실히 빌드업을 할 수 있다면 위기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또 90분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하고 있고 팀원들 간 커뮤니케이션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라고 분석했다.

오기하라의 지적은 마리노스의 문제점을 콕 찔러 말하고 있다. 공격과 수비는 한 몸과도 같다. 어느 한쪽이 잘 안 되면 다른 쪽도 잘 안 되는 법이다. 공수 전환이 잘 됐던 지난 시즌과 최근을 비교해본 데이터를 보면 상당히 흥미롭다.

J리그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스탯을 참고하면 마리노스는 지난 시즌 7연승을 기록했는데 그 7경기 중 5경기에서 스프린트 횟수에서 200회를 기록했고 상대팀이 마리노스보다 횟수가 앞섰던 것은 마쓰모토 야마가 뿐이었다.

이번 시즌 리그 재개 후 4경기 스프린트 횟수 데이터를 보면 200회를 넘긴 것은 단 한 번뿐이다. 그리고 4경기 모두 상대가 스프린트 횟수에서 마리노스가 크게 앞서고 있다. 특히 4실점을 기록한 가시마전에서 마리노스가 167회였던 반면 상대인 가시마는 206회를 기록했다. FC 도쿄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아 마리노스는 150회를 기혹한 반면 FC 도쿄는 213회로 크게 앞섰다.

팀 전체 주행 거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교체 인원이 3명에서 5명으로 늘어난 이번 시즌은 후반에 보다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는 선수를 더 많이 투입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팀 스프린트 횟수가 크게 줄었다는 것은 충분히 문제가 있는 사항이다.

이에 대한 원인을 하나만으로 단정짓긴 어려우나 수비 상황에서 상대팀에게 압박을 가하지 못하고 있고, 마리노스 공격 때 볼 소유 시에 추월이나 움직임이 적은 것, 수비 전환 시 수비 지역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늦고 역사이드로부터의 크로스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적다 등 여러 요인들이 많다.

이번 시즌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들 모두 지난 시즌 마리노스가 강점으로 자랑해온 것들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리그가 연기되며 리그 일정이 조정되며 더운 여름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쌓인 피로, 리그 재개가 얼마 되지 않은 것도 부진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마리노스가 진 팀들 대부분이 이길 수 있었던 팀이었던 만큼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작년 모습은 어디 간 건가? 낮아진 템포와 무기력함만 보여주는 빌드업


실제로 이번 시즌 경기를 지켜보면 선수들 간의 거리감이 멀어 공을 소유하고 있는 선수가 패스를 받을 팀 동료를 찾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볼 터치만 하며 시간을 허비하니 판단이 늦어지고 템포도 오르지 않아 상대 선수에게 생각할 틈을 주고 있다. 활발한 위치 이동과 빠른 패스를 계속함으로써 상대에게 공을 뺏을 틈을 주지 않는 축구가 2019 시즌 마리노스의 강점였다.

하지만 2020 시즌 마리노스는 이와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시마 전에서 67분 미드필드 지역에서 볼을 빼앗긴 역습에서 3실점째가 나왔다. 역습을 시작한 시점에서 골을 넣을 때까지 약 10초의 시간 여유가 있었다.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까지 돌아오는 덴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공이 골망을 흔들 때까지 수비 지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하타나카, 이토 마키토 센터백 2명, 미드필더 오기하라와 키타 타쿠야 2명을 더한 단 4명 뿐이었다.

또 82분 4번째 실점을 할 때도 문제점이 나타났다. 이토 마키토의 패스를 받은 하타나카의 시야에 다음 패스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티라톤도 키타 타쿠야도 아마노 쥰도 꽤 멀었기에 패스할 동료가 눈에 띄지 않았다.


하타나카는 뒤로 볼을 컨트롤를 한 후 이토 마키토에게 패스를 하는 판단을 했다. 하지만 이미 파악한 시라사키 요헤이가 패스를 차단하며 공격권을 빼앗겼고 결국 실점으로 연결되었다. 19시즌 마리노스에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안일한 패스 미스가 보이고야 말았다.

아직 마리노스에겐 희망과 반등의 시간이 남아있다.


그렇다고 마리노스에 절망만 있는건 아니다. 수비진은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고무적이게도 공격진은 여전히 건재하다. 가시마전 첫 골을 보면 마리노스의 공격 축구가 아직 죽지 않음을 잘 알 수 있다. 티라톤, 에디가 주니오, 마르코스 주니오르가 공격 전개를 하며 에베라우두의 뒤에서 튀어나온 마츠바라 켄이 페널티 지역 앞에서 스루 패스를 한 것만 보더라도 아직 공격진은 강하단 것을 알 수 있다.

곧바로 에디가가 지원하며 오른쪽 사이드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카가와 테루히토에게 패스하고 볼이 움직이는 동안 문전으로 침투하던 마르코스 주니오르가 나카가와의 땅볼 크로스를 받아 골을 만들어 냈다. 롱패스와 짧은 패스를 섞으면서 템포를 바꾸고 활발하게 움직여 위치 변화를 반복해 단번에 스피드를 올려 적은 터치와 패스워크로 가시마를 무너뜨린 모습은 이것이 마리노스의 공격 축구가 살아있음을 볼 수 있는 골이었다.

지난 시즌에 보여줬던 모습을 올해에 무조건 못 보여준단 건 아니다. 개선이 된다면 충분히 작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우선 지난 시즌 보여준 활동량과 스피드 감각을 되찾고 패스의 정확도를 높여 슈팅 횟수를 늘리는 것이 최우선이다.

슛으로 공격을 끝낼 수 있는 횟수를 늘리면 팀을 재정비할 수 있는 골킥이나 세트피스로 골을 만들 수 있는 코너킥도 늘어나고 역습으로 인해 바로 위기를 맞는 횟수는 줄어든다. 스프린트 횟수를 늘려 위치 변경나 압박 강도를 높일 수 있다면 상대의 체력이 소모되고 상대방의 판단력과 정확도를 낮출 수도 있다. 또 좋은 위치에서 상대팀의 파울을 이끌어 내는 횟수도 증가한다.

상대 수비벽 바깥쪽에서 후방 빌드업을 하면 볼 점유율은 높아지더라도 상대방은 그 팀 공격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과감한 페널티 에어리어 침투도 지난 시즌 마리노스가 보여준 강점의 하나로, 거기서의 페널티킥을 얻는 방식도 승리의 열쇠였다.

아직까지는 결과가 좋지 않지만 모든 게 제대로 안 되는 것만은 아니다. 마리노스가 작년에 보여준 축구를 다시 보여주며 부진에서 탈출하려면 이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빡빡한 일정에 더위와 습도가 있어 힘든 점도 있지만 확실한 건 이대로 가면 우승은커녕 더 안 좋은 순위로 추락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게다가 팀에서 좋은 활약을 해줬던 엔도 케이타가 후반기 임대로 우니온 베를린에 합류하며 마리노스 미드필더진에 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과연 위기를 타개하고 반등을 할 수 있을까? 디펜딩 챔피언의 어깨가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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